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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1 (23:38:59)

 화장실에 가고 싶다.
K 가 생각한것은 그것이었다.
사람들은 지금 내 자취집에 모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안엔 내가 사랑하는 그녀 A도 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꽤 좋았다. 우리 둘을 엮어주려는 듯한 분위기도 들고 어색하면서도 기분 좋은 그런 분위기가 계속 연출되고 있었다. 그러나 몇시간 후부터 지금 자신은 그 이야기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매우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중에 대부분은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에 도저히 빠질 수 없었지만 지금 당장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쌀 것 같았다. 계속 참다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나 화장실좀."
그러나 거나하게 취한 주변 사람들이 도저히 봐주지 않았다.
"무슨 화장실이야. 지금 심각한 얘기 하는거 모르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화장실까지 못 갈 정도로 심각한 이야기였던가? 취해서 그런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선배 한명이 계속 화장실 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겨우 빠져나온 후 궁시렁대는 선배의 등뒤에서 뻐큐를 날렸다.

화장실에 가자마자 바지를 벗고 일을 보려고 하는데 구석에 무언가가 움직였다.
"음머, 뭐. 뭐야."
자세히 보니 바퀴벌레였다. 참고 지나칠 수 없었다. 이걸 놔두고 볼일을 보다간 금방이라도 다리를 타고 몸 위로 올라올 것 같았다. 술까지 먹었던지라 혐오감이 치밀어 올랐다. 이걸 내 손으로 잡아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유 이걸 진짜."
마침 화장실 한 켠에 신문지가 있었다. 무료 배포하는 신문지를 평소에 보려고 쌓아둔 것이 다행이었다. K는 잠시 망설이다 눈을 질끈 감고 신문지로 바퀴를 잡았다. 잡았다기보다 한마디로 신문을 강타해서 바퀴를 짓눌러버렸다. 그리고 신문지를 덮은 채로 일을 보려고 했다.
그때였다.
"뭐하냐?"
아는 누나가 또 화장실 문을 벌컥 여는 것이었다. 자취집의 화장실 문은 누추하기 짝이 없어 잠금장치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문을 살짝 열고 얼굴을 빼꼼히 들이밀며 말을 걸어왔다.
"아 나 지금 진짜 급하다고."
"그래? 알았어."
아까 화장실 간다고 했을 땐 뭘 들은건가.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배가 아프다. 이젠 몸에서 내보내야 하는데 바지를 내리려고 하자 또 다른 여자 후배가 문을 두드린다.
"급하세요? 저 먼저 가면 안되요?
"아, 아직 나 안됐다고."
"들어가신지 꽤 되었잖아요."
"아직 멀었어!"
소리를 지르니 문쪽에서 서성이던 그림자가 없어진다. 화장실에 들어온지 몇분이 지났던가. 드디어 일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A씨가 화장실 앞에서 노크하며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저기, 아직 머셨나요? 저 지금 급한데."
짜증이 솟구친다. 비록 자신이 좋아하는 그 상대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술기운까지 빌려서 온 힘을 다해서 욕을 했다.
"아 시발, 볼일 끝나면 나갈테니 문 두드리지 마!"
소리를 지른 순간은 후회했지만 지금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방해를 받을 것만 같았다. 밖에서 네 하고 작게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적당히 알아들었겠지. 지금은 내 볼일을 보는것이 급하다.

웬지 아까 때려잡은 바퀴벌레가 움직이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저게 움직여서 신문지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볼일을 끝내야 한다.

밖에서는 온갖 이상한 소리가 난다. 유리병이 부딫히는 소리, 자전거 빵빵대는 소리, 문을 박박 긁는 소리, 누가 누구를 때리는 듯한 소리도 들리고 간간이 말싸움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절대 나갈 수 없다.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볼일을 시도한 바, 드디어 해방감을 느꼈다.

눈을 감고 최대한 그 쾌감에 몸을 맡겼다. 술에 취해서 어질어질한 상태였지만 몸을 채우고 있던 무언가가 나간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웬지 찝찝하다.

눈을 다시 떴다. 화장실 천장이 아닌 안방 천장. 그리고 폭신한 이불에 둘러쌓여 있는 자신.
주위를 살펴보았다. 낮익은 사람들, 분명 함께 마시고 함께 취해 같이 놀던 사람들 몇몇이 뒹굴고 있다.

이불을 살며시 들추며 아랫도리를 살펴보았다.


"하아-"


절로 한숨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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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저 단어들에서 유추할 수 없는 것이 나와버렸네요. ^^ 오랜만이라 민망합니다.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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