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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05 (00:19:21)
오늘도 낡아빠진 기타 케이스 안엔 동전 몇 닢만이 있을 뿐이다. 제 갈 길 가기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잘 들리지도 않는 거리 공연으로 하루하루 입에 풀칠을 하면서 사는 그는 버릇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학창 시절도 탱자탱자 노느라 허비하였고, 멀쩡했던 몸뚱아리마저 사고로 망가뜨린 장애인이 이렇게 하루하루 연명하는게 어디인가. 새삼스래 속으로 되뇌이며 합리화 해 본다. 
그러나 될 리가 없다. 이런 쓸데 없는 생각보단 현실적인 문제가 중요하다. 이젠 익숙한 듯 곪는 소리마저 내지 않는 허기진 배를 잡고 허겁지겁 노숙자 자원봉사 버스로 갔다. 
사실 그가 노숙자인건 아니다. 그에겐 정부 지원금으로 얻은 다섯평짜리 방도 있고 하루하루 기타를 칠 수 있는 정도의 여유도 되었으니 어느 면에선 노숙자들보다 훨씬 나았다. 
하지만 죄책감은 없었다. 삶의 긴박감은 제쳐두더라도, 그는 절대로 노숙자보다 행복하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독히도 혼자였다. 흔하디 흔한 이혼 가정에 외동이였으며, 유일한 휴식처였던 애인마저 그가 교통사고로 장애인 판정을 받자 마자 떠나갔다. 게다가 그에겐 인생이 없다. 
적어도 그들은 기회가 있다면 행동할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의욕이 생긴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그들은 영혼이 없고, 그에겐 육체가 없었다. 마치 압정만이 놓인 길을 맨발로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아마 그는 그렇게 평생 걷게 될 것이다. 창 밖에 하이얀 눈만이 보이는 곰팡이 핀 지하 방에서 눅눅한 신문지 한 장밑에 웅크린 채 오늘도 그는 잠에 들었다. 
2011.04.21 23:22:59 (*.56.120.221)
꿈꾸는중

이야기 하나가 아니라 어떤 큰 이야기의 프롤로그 같은 형식, 토막연성에선 평소에 연성해보지 않던거라서 꽤 신선했다. 다만 표현부분에서 '그'가 왜 죄책감을 느끼는것인지, 그가 '노숙자' 라는 것과 자신을 비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뒷이야기가 멋지게 펼쳐진다면 꽤 시니컬하고 멋진 캐릭터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연성자체에서는 주인공의 편을 들기 힘들다는 단점(?) 같은것이 보여 조금 안타깝다. 여기서 가져올 키워드는 '맨발

2011.04.21 23:23:19 (*.56.120.221)
유즈

쓸쓸한 현실이라던가 분위기를 굉장히 건조한 분위기로 풀어나가는 게 인상깊다.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같은 흥미를 끄는 문장들이 군데군데 호흡을 잡아서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만든다.
여기서 가져올 단어는 '잠'

2011.04.21 23:23:41 (*.56.120.221)
wyvern

객관적으로 굉장히 슬픈 현실에 처해 있는 상황을 무덤덤하게 표현한 느낌이 맘에 듭니다. '아마 그는 그렇게 평생 걷게 될 것이다'라는 문장이 간결하게, 등장하는 인물의 미래를 단정짓고 있는 듯하면서도 또한 뒷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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